Skip to main content

수의사 칼럼 '강아지 심장의 깐부는 신장…심장·신장 증후군 바로 알기'

노웅빈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원장

몸속 장기는 각각 따로 기능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깐부’ 혹은 ‘부부’처럼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는 장기가 있다. 바로 심장과 신장이다.

심장·신장 증후군이란

심장·신장 증후군은 다른 말로 심신 증후군(Cardio-Renal Syndrome·CRS)이라고 한다. 심장과 신장은 별개로 보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두 장기의 공통점은 몸의 순환, 즉 혈액과 체액의 이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상호 작용을 한다. 과거 의학계에선 심장과 신장의 기능을 각각 따로 보고 연구했지만, 2004년경 미국에서 심장과 신장이 서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느 한쪽에 질병이 생기면 다른 한쪽도 망가진다는 심신 증후군의 개념이 생기면서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강아지 심장·신장 증후군

강아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심장과 신장도 사람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심장·신장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의학에선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반려동물의 심부전이나 신부전 치료에 필요한 치료제가 많지 않았으며 심장 초음파 기기의 보급률도 매우 낮아 정확한 진단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2015년 이후 동물병원에 심장 초음파 기기가 보급되고 반려동물용 심부전 치료제가 많이 등장하면서 만성 심부전 치료의 성공률이 급상승했다. 지금은 반려동물의 만성 심부전·신부전에 대한 치료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심장·신장 증후군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강아지 심장·신장 증후군의 구분

심장·신장 증후군은 어느 장기에 먼저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5가지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수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매우 복잡하고 길어지므로 간단히 설명하면 ▶Type 1(Acute CRS)은 급성 심장질환으로 인해 신장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 ▶Type 2(Chronic CRS)는 만성적인 심장질환으로 인해 신장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Type 3(Acute RCS)는 급성 신장 질환으로 인해 심장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 ▶Type 4(Chronic RCS)는 만성적인 신장 질환으로 인해 심장질환이 생기는 경우 ▶Type 5(Secondary CRS)는 외부의 병원체로 인해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심장과 신장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치료의 어려운 점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심장·신장 증후군은 Type 2다. 강아지의 만성 심부전을 치료하다 보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만성 심부전으로 인해 심장의 수축력이 약해지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양이 줄고 결국 신장에 도달하는 혈액도 감소해 신장에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악순환의 과정이 위에서 말한 Type 2의 심장·신장 증후군이다.

바로 이 부분이 심장·신장 증후군을 치료하기 어려운 점이다. 위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선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는 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만성 심부전으로 이미 약해진 심장을 뛰게 하는 건 한계가 있다. 또한 만성 심부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수종을 치료하려면 체액을 배출하기 위해 이뇨제를 써야 하지만 이뇨제는 신장에 악영향을 준다. 망가진 신장을 치료하기 위해선 수액 치료가 필수적인데 수액을 사용하면 다시 폐수종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린다.

강아지 심장·신장 증후군의 치료법

안타깝게도 아직 반려동물의 심장·신장 증후군에 대한 명확한 치료 가이드는 만들어져 있지 않다. 수의학 교과서에도 이에 대한 치료 가이드는 없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심장·신장 증후군에 대한 치료는 수의사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심장·신장 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선 심신 증후군의 원인이 심장 박출량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이뇨제 사용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장기의 상태와 균형을 맞추면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물을 통한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면 혈액 투석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석을 통해 혈액의 독소와 불순물을 제거하면 심장과 신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내과, 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 수의사들의 협진이 가능한 2차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

보호자가 신경 써야 할 점

심장·신장 증후군은 장기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치료 예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환에 비해 검사 간격이 짧다. 약의 조절도 미세하게 진행한다. ‘완치’를 바라는 보호자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심장·신장 증후군의 치료는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자주 병원을 방문하고 수의사와 자주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