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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반려견 눈에 서리가 낀 것 같다면? 백내장 의심해야'

샤인아이 안과동물병원 정영석 원장

강아지를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반려견의 모든 것이 귀엽고 아름답게 느껴질 겁니다. 그중에서도 반려인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걸 꼽으라면 강아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가 고프거나 산책하러 나가고 싶다며 조르는 강아지의 눈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곤 하니까요.

하지만 병원에 있다 보면 종종 백내장으로 유백색의 탁한 눈이 된 강아지를 마주합니다. 백내장은 노령 견에게 자주 발견되지만 유전적인 이유로 어린 강아지에게 찾아오기도 합니다. 강아지가 앓는 안과 질환과 백내장에 대해 알아보고 보호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다양한 강아지 안과 질환

2021년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안과 질환을 가진 8세 이상의 노령 견은 전체의 3분의 1가량(32.8%)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강아지가 백내장, 녹내장, 각막궤양과 같은 안과 질환으로 동물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어린 강아지는 쉽게 흥분해 장난을 치다가 외상에 의해 각막이 손상되는 각막궤양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8세 이상의 노령 견에게서는 백내장 질환이 가장 흔하게 발견됩니다. 견종별로 살펴보면 비숑 프리제는 유전성 백내장 발병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커 스패니얼은 유전성 녹내장이 쉽게 발견되는 종입니다. 또 시츄나 페키니즈와 같이 눈이 돌출된 견종은 각막의 신경분포도가 낮아 외부자극에 둔감하기 때문에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이상이 생겨도 표현을 잘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 백내장 증상

다양한 강아지 안과 질환 가운데 백내장은 수정체가 유백색으로 혼탁해지면서 망막의 시신경에 빛이 닿지 않아 점차 시력을 상실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주로 8세 이상의 노령 견에게 자주 발견되고 간혹 유전성 백내장 질환으로 어린 강아지도 백내장에 걸리곤 합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갑자기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거나 산책을 거부하고 부쩍 보호자에게 안기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늘 있었던 곳의 가구 혹은 벽에 부딪히거나 밥그릇을 못 찾고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강아지의 눈동자가 마치 김이 서린 것처럼 탁하게 보인다는 겁니다.

백내장 종류

먼저 일반적으로 생기는 백내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아지에게 백내장이 발생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노화 현상의 일종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백내장 이외에 유전성 백내장, 당뇨성 백내장도 있습니다.

유전성 백내장은 주로 6세 이하의 강아지에게 나타나며 비숑 프리제, 보스턴 테리어, 프렌치 불도그, 코커 스패니얼, 푸들에게서 자주 발견됩니다. 유전성 백내장은 급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당뇨성 백내장은 당뇨 질병이 있는 강아지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의 하나로 일반적인 백내장보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강아지 백내장의 단계

강아지 백내장은 ▶초기 ▶미성숙 ▶성숙 ▶과성숙의 4단계로 구분합니다. 초기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도가 15% 미만인 경우입니다. 강아지의 눈에서 백탁 현상이 시작됐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보호자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강아지의 시력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라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미성숙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도가 15%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백탁 현상의 정도가 심해져 시력이 크게 감퇴하고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보호자도 강아지의 눈에 나타난 백탁 현상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미성숙 시기에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수술 호전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수술 골든타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성숙 백내장일 때는 수정체의 백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빛이 거의 투과되지 못할 정도로 수정체가 탁해지고 안경에 서리가 끼듯 하얗게 보입니다. 강아지의 시력을 거의 상실하는 시기라 백내장 수술을 고려한다면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성숙 백내장은 백내장 단계의 마지막으로, 수정체가 하얗게 보이기도 하고 백내장이 녹아 일부가 투명해지기도 합니다. 질병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수정체가 녹아 낭 밖으로 백내장 물질이 새어 나오기도 하며 수정체가 수축하고 주름진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 눈에 염증이 발생하고 녹내장, 수정체 탈구와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내장 치료법

많은 보호자가 강아지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먹였는데 왜 백내장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수의사로서 이 부분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백내장 예방을 위한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이나 안약 제품은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의학 정보나 과대광고를 믿고 강아지의 질병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백내장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적으로 백내장 물질을 제거하는 게 유일합니다. 강아지 백내장 수술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뤄집니다. 우선 각막 가장자리에 틈을 내고 수정체를 감싸고 있는 수정낭을 절개한 다음, 백탁 현상이 일어난 수정체를 초음파 유화흡인기를 이용해 제거합니다. 이후 수정체를 제거한 자리에 수정체를 대신하는 인공렌즈를 삽입하고 마지막으로 각막을 봉합하게 됩니다.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점

앞서 말한 대로 백내장 수술은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후 예후에 매우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면 포도막염, 녹내장 등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돼 수술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백내장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하루 한 번씩 강아지의 눈을 마주치며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밝은 불빛 아래에서 눈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매일 눈곱의 색깔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충혈 증상이 있으면서 눈곱이 누렇거나 초록색으로 끼는 경우 안과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눈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습니다. 8세 이하의 강아지라면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고 8세 이상의 노령 견이라면 1년에 2회는 동물병원을 찾아 간단한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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