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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산책하다 주저앉았다" 강아지 디스크 어떻게 치료하나'

신영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외과 원장

5살 토리(페키니즈·수컷)는 산책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은 후 일어나지 못했다.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토리는 후지 마비(뒷다리 마비) 진단을 받았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결과 마비 증상의 원인은 2~3번 요추 추간판탈출증이었다. 그뿐 아니라 11, 12, 13번 흉추와 1번 요추도 디스크 퇴행 증상을 보였다.

디스크는 척추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말한다. 강아지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IVDD - lntervertebral disc disease)은 디스크가 터져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탈출(Type1)과 척추와 디스크의 퇴행으로 섬유륜 돌기가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돌출(Type2)로 구분한다.

시츄·페키니즈·웰시코기·닥스훈트와 같은 연골 이형성 품종은 유전적으로 척추와 관절의 퇴행이 빠르고,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대부분 몸통 무게가 허리에 쏠리기 때문에 추간판탈출(Type1)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저먼 셰퍼드·리트리버·도베르만 핀셔 등과 같이 섬유성 변성에 취약한 대형견종은 척수강 내부에 돌기가 발생해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돌출(Type2) 질환이 흔하게 발견된다.

강아지 디스크 질환의 진행은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산책할 때 휘청거리거나 보행 상태가 미세하게 이상해진다. 뛰어다니거나 낮은 소파에 뛰어오르는 행위를 피하기도 한다. 2단계는 뒷다리를 끌거나 뒤뚱거리는 등 보행 상태가 눈에 띄게 부자연스럽고 등이나 배 만지는 걸 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통증을 표현한다. 3단계는 일어서지 못하거나 배변, 배뇨 활동에 장애가 동반되며 심한 경우 관절 부위를 꼬집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비가 심하다.

강아지 디스크 치료는 보존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위에 설명한 증상 중 1단계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와 함께 재활운동과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보존적 방법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비만인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2단계 이상으로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한다. 수술을 통해 문제가 되는 디스크나 척수강 내에 돌출된 조직을 제거해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인다. 3단계 이상으로 마비 증상이 온 강아지의 경우 수술 후에도 상당 기간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토리의 경우 마비 증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통증 반응이 살아 있었다. 수술을 결정하고 우측반쪽고리판절제술을 시행해 2~3번 요추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 조각을 제거했다. 다행히 2주가 지났을 땐 스스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해 퇴원했으며, 이후 3개월간 주 2회 병원을 방문해 약물치료, 침 치료, 레이저, 자기장 치료(q-sio), 수중러닝머신을 이용해 물리치료·재활치료를 병행했다.

강아지 디스크를 예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척추에 무리를 주는 행위를 피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두 발로 서서 뛰거나 소파·침대 등 높은 곳에서 점프해 내려오는 행동, 미끄러운 바닥에서 뛰는 행동은 반드시 자제시키는 것이 좋다. 평균 체중보다 비만인 경우 규칙적인 운동과 제한 급식, 적당한 간식 조절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역시 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특히 허리가 안 좋은 사람은 알겠지만 허리디스크는 우울증이 생길 정도로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의 나이가 7~8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은 꼭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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